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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에는 '제왕'이 두 명 있다

배구

by 톡티비실장 2023. 4. 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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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해란

 

 '어떻게 저걸 받아내지?' 

지난 달 3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18 25-15 25-21)으로 돌려세웠다.

흥국생명은 해당 승리로 우승확률을 56%에서 100%로 끌어올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통계에 의하면 챔프전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56.25%, 2차전까지 승리하면 100%에 달하는 확률로 우승하게 된다.

도로공사 선수단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 흥국생명은 옐레나가 범실없이 21득점(공격성공률 59.38%), 김연경 18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도로공사는 박정아만이 10득점(공격성공률 55.56%)을 달성했을 뿐 두 자릿대 득점을 올린 선수가 없었다. 캣벨은 9득점에 공격성공률 31%까지 떨어졌다. 1차전때부터 시작된 컨디션 이슈와 더불어 집중력 저하, 1차전 패배가 엮여 팀 사기를 크게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배유나와 정대영도 별반 힘을 쓰지 못한 가운데 세터 운영도 효율적이지 못했다.

홈 구장인 삼산체육관에는 이 날 총원 6,108명의 관중이 입장해 올 시즌 홈에서 6번째 매진기록을 세웠다. 

모두 김연경의 활약에 열광할 때 또 다른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 준 주역이 있다. 득점은 낼 수 없지만 득점을 낼 수 있게 공을 살려주는 1등 공신이다. 

김해란은 10여년전 친정팀을 상대로 챔프 1차전에서 디그 33개 시도에 32개 성공이라는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리시브는 16개 시도에 10개 성공을 기록했다. 그리고 1시간 반만에 완승으로 끝난 2차전에서는 16개 디그에 14개를 건져냈다. 

올해 나이 만 39세. 지난 2002년 도로공사에 입단한 이후 2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코트의 후위를 지켜왔다. 2005년부터 2017-18시즌까지 디그 1위를 통산 9회 달성하며 명실상부 여자부 국내 최고 리베로로 올라섰다. 또한 지난 시즌 최초로 통산 1만 디그, 올 시즌 1만5천 디그(2022년 11월 18일 기록)를 넘기며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은 수비 부문 2위(세트당 7.80)에 올라있으며 누적 리시브 정확 314회, 실패 23회 수치를 기록했다. 디그 부문에서도 35경기에 출장해 880번 시도에 746번 성공, 세트당 평균 5.61이라는 준수한 수치를 내며 여자부 노장으로써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는 중이다.

득점에 기여가 없는 리베로의 활약은 공격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묻혀보일 수 있다. 그러나 김해란이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 띄우는 공이 아니라면 득점은 아예 없는 일이 된다. 

리베로의 중요성은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페퍼저축은행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업은행은 올 시즌 초 신연경이 부상으로 빠지며 리시브부터 디그까지 크게 흔들렸고 이는 김연견이 빠졌던 현대건설 또한 마찬가지였다. 페퍼저축은행은 거꾸로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이 영입되며 경기력이 두 계단은 껑충 뛰어올랐다. 

상대방의 기세를 잡아꺾는 주 요소 역시 공격수의 호쾌한 서브에 이어 리베로의 '다 받아내는' 손길 한 방이다.

실제로 올 시즌 김해란의 놀라운 수비는 매 경기 눈에 띄었다. 상대방이 작정하고 날린 강타를 서브존 뒤까지 달려가 누우며 받거나 한 손으로 툭 받아치는 모습은 늘 놀라움을 자아낸다. 아웃을 직감하고 팔의 각도를 미세하게 틀거나 몸놀림을 조절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흥국생명 김연경과 김해란이 정규리그 1위 확정 후 기뻐하고 있다
흥국생명 김연경(오른쪽)-김해란
흥국생명 김해란이 경기 후 아들을 안고있다

 

출산 후 복귀한 몸임을 감안했을 때 '탈인간'급 활약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공을 코트 안쪽으로 건져내며 밖으로 구르는 모습에서 투혼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건지기만 하는 것을 떠나 이단연결 부분에서도 안정적이다. 

선수단에 있어서도 김해란의 존재는 김연경과 더불어 큰 기둥이다. 권순찬 전 감독 경질 사태 당시에도 어려운 상황을 후배들과 함께 버텼다.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김연경에게도 김해란의 정신력은 큰 의지가 된다. 아본단자 감독 역시 김해란을 콕 집어 "훌륭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지난 해 비시즌 훈련장 취재를 갔을 때 마주한 단편적인 김해란의 뒷모습은 '우직하다'였다. 후배들보다 조금 먼저 나와 홀로 리시브 연습을 하던 모습에서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쌍포 화력과 더불어 몸을 아끼지 않는 호수비로 올 시즌 통합우승을 겨우 한 발짝 앞에 둔 흥국생명이다. '배구제왕' 김연경의 활약과 더불어 '디그의 제왕' 김해란이 올 시즌을 어떤 활약으로 끝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천으로 무대를 옮긴 두 팀의 운명이 걸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은 오는 2일, 오후 7시에 펼쳐진다.

 

 

 

 

압도적인 흥국생명 이대로 끝내기?

절망속에 흔들리는 한국도로공사.. 기적의 패패승승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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